백설공주는 남자가 지겹다?… 어른들 위한 발칙 동화 뮤지컬 ‘난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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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뮤지컬 ‘난쟁이들’의 왕자 1·2·3
▲ 난쟁이 찰리(정동화·왼쪽)와 빅(진선규·오른쪽)
중독성 강한 ‘끼리끼리송’ 재미
“아무도 입 밖으로 말하진 않지만/변하지 않는 세상의 법칙/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 (중략)/끼리끼리 끼리끼리 만나/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 멜로디를 몰라도, 귀에 ‘쏙’ 박히는 가사. 아니, 가슴을 후벼 판다고 해야 하려나. 그래,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이 당신을 말해 준다. ‘끼리끼리’ 만나니까.
누가 이렇게 뼈아픈(?) 노래를 불렀을까. 바로 찰랑거리는 금색 단발에, 허리춤까지 추어올린 ‘프린스 팬츠’를 입고 우아하게 걷는 왕자님 세 ‘분’(위 사진)이시다. 지난 2월 27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난쟁이들(연출 김동연)’에서 이들은 이름도 없이 왕자1·2·3으로 등장해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깨우쳐 준다. 물론 “우리를 봐 이렇게나 멋진 우리/어떤 여자 만나 봐도 괜찮은 애 없어/용을 쓰고 눈 낮추려 해도/수준 안 맞아서 우리끼리 만나”라며 정작 자신들은 ‘환상’ 속에 살고 있지만.
‘난쟁이들’에는 신데렐라(전역산 분·남자 배우라는 게 포인트), 백설공주(최유하 분), 인어공주(백은혜 분)가 등장한다. 그러나 왕자1·2·3은 ‘우정 출연’ 정도에 그치고, (당연하게도) 진짜 주인공은 난쟁이(아래 사진) 찰리(정동화·조형균 분)와 빅(진선규·최호중 분)이라는 것. 정말로 그들(공주와 왕자)끼리 ‘놀고 있는’ 동화를 또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신데렐라는 이혼 후 새 왕자를 찾고 있으며, 백설공주는 남자가 이제 지겹다. 다만 버림받고 물거품이 됐던 인어공주만 여전히 순수한 사랑을 꿈꿔, 두 ‘언니’에게 “정신 못 차렸다”는 핀잔을 듣는다. 뮤지컬은 이 세 여자와, 마녀에게 긴 다리를 산 난쟁이(찰리와 빅)가 만나 ‘끼리끼리’ 법칙을 깨트리는 모습을 그렸다. 동화 속 주인공들을 모아 놨을 뿐, 요즘 20∼30대의 연애·결혼관을 그대로 반영한 ‘적나라한’ 대사에 관객석에선 연신 폭소가 터진다. 그러나 영원히 조연일 것 같았던 난쟁이들이 미녀(그것도 공주)를 쟁취하는 과정은 눈물겹다. 왕자들의 ‘끼리끼리’ 설(說)에 의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동화를 ‘비튼’ 무대가 제법 많아졌지만, ‘난쟁이들’은 확실히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어설픈 희망 따윈 주지 않으며, 행복한 결말을 맺으면서도 “현실에는 없는 얘기”라고 냉소한다. 그런데 ‘끼리끼리’ 송을 계속 듣다 보면 약간 위로가 된다는 게 아이러니. “아직까지 짝도 없이 매일 밤 혼자라면/정답은 하나, 정답은 하나/너랑 비슷한 사람 못 찾은 거야/끼리끼리 끼리끼리 만나/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미리 볼 수 있다. 이미 공연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된 ‘명작’이다. 4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1666-8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