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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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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관객 10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는 ‘난타’의 송승환 회장(사진제공=PMC프로덕션) |
일곱 살 손자와 일흔 할머니가 동시에 박장대소한다. 외국인도 마냥 들떠 깔깔거리니 국경까지 초월한다.
PMC프로덕션의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대사가 아닌 몸짓과 소리만으로 구성된 비언어극) ‘난타’가 통산관객 10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17년만의 일이다. 17년 전 ‘난타’를 기획·제작한 이는 연기자 송승환이다. 최근엔 ‘연기자’라는 수식어보다 ‘난타’를 비롯한 뮤지컬 제작자 혹은 예술 감독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꽤 훌륭한 인생 이모작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머니 플랜도 중요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에 대한 가치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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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앤드류 로이드같은 천재가 나타나진 않는다. 뮤지컬을 위한 스페셜리스트 발굴, 양산이 절실하다”(사진제공=PMC프로덕션 |
- ‘난타’가 17년째 승승장구하고 있다. 성공 요인은? 더불어 ‘한국공연=넌버벌’이라는 인식이 아쉽다. ‘난타’ 성공 후 많은 넌버벌이 생겼지만 성공사례가 별로 없지 않은가?
“글로벌 보편성과 전용관이다. 글로벌 보편성이란 남녀노소는 물론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서를 일컫는다. 신기하게도 어느 나라에서 공연을 하든 똑같은 장면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진다. 위대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남녀노소 불문하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쇼를 만들고 싶었다. 연극이나 뮤지컬 마니아에겐 유치하거나 상업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많은 이들이 보고 즐거울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전용관이 있어 오프런(Open Run, 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넌버벌은 해외 진출을 위한 장르다.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난타’ 등 넌버벌을 본 후 한국공연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한류 바람을 타고 넌버벌 공연이 10개 정도 생겼다. 대부분이 5~10분은 재미있지만 60~90분을 끌고 가기에는 스토리 연결구조가 약하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관객 유치를 위한 현지 마케팅도 중요하다.”
- ‘뮤지컬 르네상스’라고 하지만 공연중단 사태를 빚은 ‘두 도시 이야기’ 등 시장 분위기가 하수상하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문제점과 해법은?
“가장 큰 문제는 ‘공급과잉’이다. 한국에 뮤지컬에 적합한 극장은 극소수다. 관객 역시 제한적이다. 뮤지컬 성공사례가 늘고 해외 관광객 유입 및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많은 작품이 기획·제작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 연출가나 음악감독, 배우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제작비도 덩달아 치솟았다. 제작비가 비싸지니 2, 3000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에 무대를 올려야만 수지타산이 맞는다. 뮤지컬 산업은 과도기를 겪고 있다. 시장의 자정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무리하게 제작하는 제작사는 퇴출되고 출연료를 낮추기 위해 배우들과도 꾸준히 협의해야 한다.
해법도 결국 사람이 답이다. 사실, 뮤지컬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창작뮤지컬의 빈곤현상이다. 이는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 작가, 연출자, 배우 등이 부족한 탓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이자 제작자인 앤드류 노이드 웨버 같은 천재가 나타나진 않는다. 뮤지컬을 위한 작가, 연출가, 작곡가 등 창작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창작 아카데미가 절실하다.”
-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인다.
“현재 한국 뮤지컬 산업이 당면한 제작비 거품, 뮤지컬 전용극장 부재 등 문제와 라이선스 뮤지컬에 부과하는 10% 부과세 감면, 관람료에 대한 연말정산 혜택 등 시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중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제작사와 공연장, 배우, 스태프 등 모든 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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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연기하고 뮤지컬 제작하는 것이 송승환 회장의 100세 행복전략(사진제공=PMC프로덕션) |
- 해외진출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작업 중인가?
“내수시장 확대도 중요하지만 해외시장 진출이 필연이다. 최근 중국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이제 막 개화했다. 중국의 2, 30대는 급속하게 서구문화에 길들여졌으면서도 동양적 정서를 버리지 못하고 있어 한국 뮤지컬이 경쟁력을 발휘할만하다.
올 연말 중국 광주에 난타 전용극장이 들어선다. 중국 광주를 기점으로 호텔, 종합쇼핑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그랜드뷰그룹이 자본을 투자하고 ‘난타’ 제작사 PMC가 콘텐츠를 책임지는 공동 프로젝트다.”
- 12월 개막하는 ‘라카지’의 에두아르 딩동 역으로 20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다고 들었다. 연기자와 제작사로써 송승환은 어떤가?
“아역으로 시작한 배우는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다 보니 직접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 제작자로 나섰다. 연기도 제작도 좋아서 하는 일이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연기를 하고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제작을 할 것이다.”
-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100세 시대 행복 전략이 있다면?
“죽는 날까지 연기하고 제작하는 것이다. 한국의 100세 시대 전략은 ‘머니 플랜’만 난무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 100세 시대는 가치관 변화가 필요한 사회다. 머니 플랜도 중요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 가치 모색도 중요하다. 나는 죽는 날까지 연기하고 공연 만드는 일을 할 거다. 늙어서 제작이나 연기가 힘들어진다면 좋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며 살면 된다. 그게 행복한 삶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