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난타 두드린 뒤 14년, 다시 설레는 에딘버러 201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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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민우 기자

‘뮤직쇼 웨딩’이 지난달 31일 ‘2013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출연진이 악기 연주까지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사진 PMC프로덕션]


1999년, 40대 초반의 신참 제작자 송승환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향했다. 당시 국내에 낯설었던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자신이 만든 ‘난타’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공연은 매진 행렬을 이어갔고, 현지에서 미국 디즈니·일본측과 계약을 맺었다. 곧이어 브로드웨이 입성까지 이어졌다. ‘난타’ 대성공의 첫발은 바로 1999년 에딘버러였다. 인기 탤런트를 뛰어넘어 성공한 공연 제작자란 타이틀도 이때부터 달게됐다.

대사 없이 음악만 … 연기·춤·악기 연주

송승환

 그리고 2013년, 송승환(56)이 또 에딘버러를 찾았다. ‘뮤직쇼 웨딩’이란 공연을 들고서다. 이번엔 그가 직접 연출까지 했다. 14년만에 재도전에 나선 송승환에게 에딘버러는 다시 한번 약속의 땅이 될 것인가.

 지난달 31일 160석 규모의 공연장 씨베뉴(C Venue). ‘뮤직쇼 웨딩’이 개막했다. 일주일 전 에딘버러에 도착한 배우·스태프들은 공연을 알리기 위해 도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수 천 장의 포스터를 붙이고 게릴라 이벤트를 해왔다. 그 덕인지 첫날부터 객석은 빽빽했다. 에딘버러 페스티벌엔 한 개 극장에서 공연 하나만 올라가는 게 아니다. 오전부터 대여섯 개 공연이 두 시간 간격으로 계속 이어진다. 신속한 무대 설치와 철수가 필수다. ‘뮤직쇼 웨딩’ 역시 앞 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20분만에 세트·음향·조명 준비를 완료해야 했다. 한 스태프는 “군사 작전마냥 초단위로 체크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결혼식 당일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았다.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 스토리를 엮었다. 특히 무대 위 출연진이 노래·연기·춤은 물론 악기 연주까지 했다. 드럼·기타·키보드는 기본이요, 콘트라베이스·색스폰·트럼본 연주가 이어졌고, 와인잔까지 그럴듯한 악기로 변신됐다.

 선곡은 친숙했다. 배우들은 ‘퍼햅스 러브’ ‘오버 더 레인보우’ 등 히트 팝음악을 맛깔스럽게 불렀다. 특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퍼질 때와 다섯명의 남자 배우가 웃옷을 벗고 섹시한 춤을 출 때 객석은 뜨거웠다. 코믹함, 흥겨움, 애틋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50분 남짓한 공연은 마무리됐다.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나왔다. “지칠 줄 모르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인상적”이란 반응이었다.

 송승환씨는 “철저히 관광객을 타깃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난타’가 탄생한지 벌써 20년 가까이 돼간다. 제2의 난타를 준비할 때다. ‘뮤직쇼 웨딩’이 그 명성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뮤직쇼 웨딩’은 9월부터 홍대 전용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철저히 관광객 타깃 … 세계시장에 홍보”

 14년전 ‘난타’가 밟아온 수순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과연 유효할까.

송씨는 “에딘버러에 오는 비용만 3억원 가량 들지만 페스티벌 규모는 14년전에 비해 두배 이상 커졌다. 세계 시장에 알리는 데 이만한 홍보가 없다. 해외 관객을 대상으로 한달가량 공연하면서 작품을 손질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송씨는 이명박 정부때 문화부 장관을 제의받았고, 최근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정치권 러브콜이 끊이질 않는다. 그는 “정치에 결코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인촌 선배 보며 새삼 깨달았다. 한국에선 한쪽에 섰다간 반대편에게 강하게 배척당한다는 것을.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 “배우·제작자·교수(성신여대)로 충분히 바쁘다. 마지막이 꼭 정치로 귀결되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문화인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에딘버러=최민우 기자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ringe Festival)=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 1948년 시작됐다. 본래는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8개 단체가 주변부에서 조촐하게 열었으나 이젠 본 페스티벌보다 더 활성화됐다. 축제 기간 교회와 대학 강당 등이 공연장으로 쓰인다. 올해는 2000여개 공연이 올라간다.